노인의 여가란 일반적으로 노년에서도 일정한 사회적, 가정적 역할에 있어서 그 역할을 추구하는 도중에 갖게 되는 여유가 있는 시간을 의미하거나 또는 자신에게 부과된 일정한 역할 없이 막연하게 긴 시간을 보내는 두 가지 측 면으로 볼 수 있는데 노후에 대한 준비와 자원이 부족한 대다수 노인의 여가는 후자인 경우가 많다.
현재 노인 세대는 대부분 경제성장에 이바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근로활동과 가족 부양하는 데 일생을 소비하였다. 노인층으로 접어든 이후, 신체적 능력 저하로 인해 근로 능력이 감소함에 따라 사회활동이 줄어들고 가족들 역시 성장하여 독립하며 노인은 사회적 역할이 감소하게 된다. 이때, 사회적 역할 감소를 경험한 노인층은 여가시간을 막연한 긴 시간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고독과 역할상실을 크게 경험하는 노인일수록 여가생활은 일상생활과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2018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노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여가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하루 24시간 중, 여가활동 시간은 평균 6.8시간으로 나타나 하루 중 상당히 많은 시간을 여가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같이 일상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여가는 노인의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소득수준에 따른 분포를 살펴보면,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취미․여가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이며, 이와 반대로 식사서비스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저소득 노인일수록 노인복지관을 여가의 수단이기보다 주요 생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스스로의 자원으로 여가활동을 즐기기 어려운 저소득 노인들이 오히려 사회서비스로서의 여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편, 여가활동에 대한 만족도 현황을 보면, 여가활동이 노인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데 비해 여가에 대한 노인들의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고령자 통계에 의하면 고령자 10명 중 3명(31.0%)만이 자신의 여가시간에 대해 만족한다고 대답하였으며, 남자가 여자보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배우자가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여가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 또, 교육 수준이 대졸 이상인 그룹의 여가 만족도가 50.0%로 모든 그룹 중 가장 여가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노인집단의 특성에 따라 여가에 대한 만족도가 차이가 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노인 대상 여가 프로그램이 다양화될 필요를 설명해주며 특히 소득이 낮은 노인들의 여가 만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한편 2017년 전국 노인을 대상으로 한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나타난 노인들의 여가문화 활동 참여율을 살펴보면, 지난 1년간 85.1%가 여가문화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된 여가문화 활동의 내용을 살 펴보면, 취미오락 활동이 50.5%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으며, 사회 및 기타활동 49.1%, 휴식활동 43.5% 등의 분포를 보인다.
- 세부 항목별로는 사회봉사활동, 가족 및 친지 방문과 같은 그 외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34.9%로 가장 높으며, 다음으로는 산책이 27.5%, 스포츠 참여 활동이 16.6%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집단별 지역사회 시설 이용 현황을 보면 공공 여가시설 중에는 경로당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고(26.3%), 복지관(13.5%), 문화 시설(12.1%), 체육시설(11.6%)을 이용한다는 응답률은 비슷했다.
- 나이가 많은 노인 중 여가시설을 이용하는 이들은 주로 경로당과 복지관을 이용하며,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노인은 나이가 많은 노인보다 다양한 여가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공공 여가시설인 복지관을 이용하는 비율은 나이가 많은 노인(20.2%)이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노인(12.5%)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구청 및 동주민센터나 문화시설(문화센터, 미술관, 영화관, 도서관 등), 체육시설(체육관, 헬스클럽, 수영장, 골프장 등)을 이용하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노인 비율은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나이가 많은 노인의 비율보다 높았다.
역할이 축소되어 가는 노년기에 매일 매일의 생활을 얼마나 유용하게 보내는가 하는 측면은 노인에게 있어 그 여느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할수 있다. 청장년의 여가는 근로활동이 아닌 쉼과 재생산을 위한 휴식의 개념이지만, 사회적 역할 축소로 인해 일상의 시간이 길어진 노인들에게 여가는 대부분의 생활시간이 될 수 있다. 노인은, ‘여가투성이의 생활’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 되어, 단순히 시간 보내기 형식의 무료한 시간을 소모하게 되어 정신적․정서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특별하게 하는 활동 없는 상태일수록 고독감과 고립감, 무료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이 불행하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노인들은 만성화된 무료함(chronic boredom) 또한 많이 나타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산책이나 TV시청, 라디오 청취 등 정적인 여가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의 여가가 그저 무료한 시간으로 보내진다면 여가활동은 오히려 노년기의 고통과 문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노후 삶의 원동력과 활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노인의 여가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개발될 필요가 있다.
노인복지관을 이용한 여가활동 참여는 사회적 역할상실에 따른 고독감 해소, 자아존중감 향상, 자아정체성 확립, 생활만족도 증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자아통합과 성공적 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적극적인 여가활동은 위축된 사회적 관계망을 보완․유지,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자아실현 및 삶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 여가 프로그램 참여 활동은 여생의 삶의 즐거움에 대한 만족감과 삶의 질적 수준 향상을 가져와 노년기 생활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반이 된다. 특히, 과도하게 남아도는 자유시간을 무료하게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노후의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노인의 여가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은 노인의 생활만족도를 높이는데 아주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여가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사회관계를 유지, 증진시키며 삶에 대한 의욕과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노년층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신체 노화와 부자유, 질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독감과 사회적 역할상실로 인한 사회 고립감에 처하게 되면서 느껴지는 삶의 의욕 저하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로써 가족생활이 지니는 중요성은 생애 주기상의 모든 단계에서 발견되지만,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에는 그 비중이 더욱 커진다. 또한 주거의 중요성이 생애 주기상의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는 사회생활의 축소, 신체적 허약함의 증대로 인해 생활의 중심이 상당 부분 주거공간으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거 외부환경이 노인에게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사회활동의 참여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주거 외부 환경 역시 노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노인들의 낮은 교육수준은 산업화․정보화와 같은 급격한 사회변화에 적응하는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세대간 갈등과 부조화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교육의 대중화로 인하여 자녀세대는 부모세대보다 일반적으로 교육수준이 높다. 교육수준에 따른 세대 간의 지식수준 또는 사고방식의 차이는 세대 간의 갈등과 고립의 원인이 된다.
- 그리하여 부모 자녀세대 간의 행동양식, 사고의 차이는 세대 간 대화의 단절, 노인집단의 소외감을 초래하게 된다. 한국갤럽의 조사자료를 살펴보면, 일상생활 속에서 쓸쓸하거나 외롭다고 느낀 적이 ‘자주’ 혹은 ‘때때로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이탈리아 47.7%, 한국은 41.7 %, 태국은 40.3%, 미국은 34.2%, 일본은 28.6%, 덴마크 17.5% 로서 한국 노인은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고독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의하면 연령이 높고 교육수준이 낮은 노인일수록, 사회적 역할 감소가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무료한 여가 시간과 경제적 빈곤이 더해져 노인의 고독감과 소외감을 증가시킨다.
노년기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심리적 문제가 중요시된다. 노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여가활동의 개발과 운영은 앞으로도 매우 중요한 노인여가 문제의 과제이다. 특히, 개인의 특징과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노인들에게 그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여가 참여의 접근성을 높여 노인의 고독감과 소외감을 감소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또, 노인의 여가 내용은 취미나 오락, 놀이 이외의 봉사나 교육, 문화적 활동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이로써 노인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며 각자의 욕구에 맞는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노인들은 다양한 욕구를 표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획일화된 여가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노인의 여가 욕구를 충족시켜 그들의 지혜를 후손에게 전수할 수 있고,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여가활동의 기회 제공을 통해 노인들 스스로 자신의 삶의 가치를 부여하고, 실현해나갈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노인의 욕구 충족보다는 시간을 보내는 목적을 위한 부수적 차원에서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노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실천 개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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