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일본인들은 ‘기무치’라고 발음한다. 일본어로는 한글 종성인 받침이 부족해서, 한국의 본래 명칭인 ‘김치’라고 발음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김치’를 ‘기무치’로 발음을 한다. 그러므로 ‘김치’와 ‘기무치’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각각 발음이 다를 뿐 동일 사물을 지칭하는 명사이다. 그러나 많은 보통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먹고 있는 ‘김치’와 일본에서 일본인들이 먹고 있는 ‘기무치’는 상당히 다른 음식인 것으로 오해를 한다. ‘김치’와 ‘기무치’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나 그 명칭에서 달리 발음되는 것처럼 상당한 차이가 있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이 처한 자연환경을 살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가 있다. 연간 강우량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은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것과 함께, 습도도 해양성 기후의 특색을 보이는 일본의 ‘찜통더위’라는 표현은 일본의 높은 습도의 여름 날씨를 표현하는 최적의 표현으로 보인다. 화산이 수중에서 분출하여 화산재로 형성된 일본열도의 토양은 오래전부터 육지였던 한국의 토양과 서로 달라서 그 땅에서 자란 농산물의 수분함량과 섬유질, 영양소의 구성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맛도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이 제공한 밀을 이용한 음식문화가 보급·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주식이던 쌀 위주의 식사에서 밀을 이용한 음식들의 소비가 크게 증가하는 변화를 보인다. 육식을 금하던 불교의 영향에서 벗어나, 한반도에서는 몽고의 한반도 침입 이후,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에 점차 보급되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고기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일상화되어있으며 식단의 서구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국민들의 식품섭취 실태조사(食品攝取實態調査)를 보면 일본국민들은 식탁에서 김치의 섭취가 일상화되어있으며, 이는 일본의 전통 절임식품인 쓰케모노(漬物)의 섭취량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국내 김치 생산량을 보더라도 다쿠앙(沢庵漬), 나라쓰께(奈良漬) 등 다른 절임 식품의 생산량을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김치의 최대수입국이 일본이지만, 이 물량은 일본 국내 김치 소비량의 10% 전후에 머물고 있다.
- 일본 내 김치 소비량의 90% 정도가 일본 국내에서 생산된 김치이다. 일본은 1981년도 세계 19개국의 국민 1인당 일일 채소소비량을 비교하면 1위 이탈리아 430g, 2위 프랑스 320g이며 일본이 309g으로 3위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통계는 일본인은 세계적으로 채소를 많이 먹는 민족임을 알려 준다. 일본에서 야채 섭취는 생식과 함께 ‘쓰케모노(漬け物)’라는 채소 절임 식품의 섭취가 쌀밥과 함께 일상식으로 인식되어왔으며 한국은 ‘김치’와 쌀밥이 일상식으로 인식되어왔다.
- 쌀밥과 함께 먹는 ‘쓰케모노(漬け物)’와 ‘김치’는 야채를 이용한 절임 식품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는 식품이다. 그러나 김치와 쓰케모노(漬け物)는 한국과 일본의 자연환경, 음식 전통과 역사를 반영하여, 음식을 만드는 방법과 사용하는 재료, 먹는 방법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서로 다른 음식이다.
1825년 프랑스 미식가이자 철학자 쟝 앤셀므 브리아 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를 나에게 말하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겠소”라며 “민족의 운명은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음식을 먹는가에 달려 있다”라고 하면서 개인과 민족 정체성을 음식, 고유한 식습관 및 식문화와 연결하여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처럼 음식은 언어와 함께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주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음식문화는 다른 지표에 비하여 지속성이 강하여 다른 지역에 이주한 이주민에게도 오랫동안 지속되며, 후대에까지 대대로 전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저명한 음식학자인 자오룽광(赵荣光)은 “음식문화는 비할 것 없이 복잡한 인간사회의 생활현상이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류문화의 어떤 부분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민족의 문화라도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 음식문화라고 할 수 있고, 한 민족의 음식문화를 완전히 이해했다면 그 민족의 역사를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 다시 말해, 한 민족의 역사를 완전히 이해해야만 비로소 그 민족의 음식문화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중국에 전해져 오는 “특정한 토양과 물이 특정한 사람을 키운다(一方水土一方人, Different people from different land.)”는 중국 전래의 속담을 소개하고 있다. 서양에서 3세기동안 유행했던 표현으로 바꾸면 ‘그 사람이 먹는 것을 알면 사람을 알 수 있다’(‘You are what you eat’)이다.
인류학자 캐롤 M. 코니한은 음식과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관계를 성찰한 결과 음식이 생물학적 생존에 절대적인 요건이면서 사회와 문화 속에서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인간은 음식을 통하여 자연과의 관계를 이루어나가기도 하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사회적 관계를 동시에 규정한다는 것이다.
- 인간은 음식을 만들고 분배하고 섭취함으로써, 가족, 친구, 망자. 그리고 신과의 중요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음식은 세상에 질서를 제공하고, 현실성에 대한 여러 의미를 표현하고 있으며 음식의 사회적, 문화적 이용은 인간 조건에 대한 많은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보았다.
음식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로서, 음식을 통하여 필요한 양분을 흡수한다. 인간의 음식 섭취는 보통 가족 단위의 식사 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같은 지역에 사는 가정 간에도 공통적인 경향이 보이지만 서로 미세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같은 환경에 생활하는 집단 간에는 동일한 주위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는 관계로 대체적으로 유사한 음식문화의 유형이 형성되게 되며 이는 다른 지역에 사는 집단과는 차이를 보이게 된다.
같은 국가 내에서도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국가 간에는 더욱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국가 간의 이런 음식문화의 차이는 지리적인 인접도, 교류의 빈번함, 정치·경제·사회제도, 종교 등의 요인에 따라 차이의 정도가 달리 나타난다. 인접한 국가이고 교류가 빈번하며 정치·경제·사회제도가 유사한 국가 간에는 많은 유사점이 나타나며 그 차이는 줄어든다.
국가나 지역 간 문화의 차이는 인간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다른 문화가 알려지기도 하고, 언론이나 통신, 서적 등의 매체에 의하여 간접적인 방법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또한, 그 알려지는 계기와 정도는 전쟁이나 재해 등으로 인한 인간의 집단적인 이동으로 단기간에 다방면에 걸쳐서 집중적이고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개인과 개인의 접촉, 개인 간의 정보 교류로 장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알려진 문화는 원형 그대로 수용되기도 하고, 수용국의 문화적 저항으로 변형되거나 소멸된다. 하지만 원형의 문화와는 다른 문화가 재창조되기도 한다.
1989년에 단행된 해외여행 전면자유화로 한국인들의 일본으로의 여행이 88서울올림픽 이후 급증하였다. 일본에 도착한 한국인들은 일본의 식당에서 접한 김치에 대하여 ‘김치 맛이 이상하다’라는 표현에서부터 시작하여, 좀 더 직설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들은 ‘김치가 맛이 없다’라고 말하고, 좀 더 심한 경우에는 ‘이것은 김치가 아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 김치를 더 달라고 하면, 조그마한 접시 그릇에 조금 더 내어주고, 식당을 나올 때 음식값에 가산하여 추가로 요금을 받는다는 것에 더욱 이질감을 느꼈다. 반면에 같은 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여행객들은 ‘김치의 맛이 일본의 김치와는 다르다’거나 ‘혼모노(本物, 본고장의 진짜라는 뜻)는 역시 다르다’라며 한국의 김치를 좋아하면서도, 직접적인 표현은 삼가하면서도 맵다는 표정은 숨기지 못했다.
- 그리고 ‘맛있다’라며 그 맛의 차이가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인지 궁금해하고, 한국식 김치 만드는 방법에 대하여 알고 싶어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놀라는 것은, 반찬이 떨어지면, 주문하지 않아도 거의 무제한에 가깝게 몇 번이고 김치 등 반찬이 제공된다는 것이고, 더구나 그것이 추가 요금 없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식당에서 한국인 여행객이 경험하는 김치와 한국의 식당에서 일본인이 경험하는 김치는 이처럼 정반대에 가까울 정도로 서로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에서의 김치는 맛과 형태 등 상품 자체만이 아니라 식당에서 판매되는 방식도 다를 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먹는 방식과 그 음식에 대한 직설적이거나 간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등 의사 표현의 방식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과거 36년간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의 식품인 김치는 현재 일본인들의 식탁에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소비되는 김치는 대부분 한국의 김치와는 다르게 맛과 형태가 변형된 김치이며, 한국에서 수입된 김치가 아니고 일본에서 생산된 김치이다. 한국인이 느끼기에는 본래의 김치와는 분명히 맛이 다르고 씹히는 맛도 다르다는 것은 느끼지만, 어떤 점이 다른지는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오누키 에미코(大貫惠美子)는 음식문화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일본인의 자기인식을 연구한 명저『쌀의 인류학-일본인의 자기인식』에서 ‘일본인의 주식인 쌀은 한반도를 거쳐, 아시아에서 규슈로 논벼가 전래 된 것은 기원전 350년경이며, 그것이 점차 퍼져 도호쿠(東北)지방까지 다다른 것은 기원 전·후 경인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그는 발굴된 치형(齒型)으로 미루어 현재 일본인의 선조는 야요이(弥生)시대에 대륙에서 이동해 온 민족이며, 이 민족이 그때까지의 조몬(繩文)문화와 아이누 및 오키나와 문화의 담당자였던 원주 민족을 도태시켰다고 주장했다’고 인용하여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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