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세계화로 인한 사회의 변화로 식생활도 점차적으로 서구화되었다. 균형 잡힌 전통한식 대신에 최근에는 고열량을 가진 간편식 혹은 패스트푸드가 우리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맞벌이 가족과 1인가구 증가로 인하여 간편식, 불규칙한 식사와 결식이 잦아지고 있으며, 과거의 식생활은 배부르게 먹는다는 것 자체가 만족감의 표현이었으나, 현대사회에서는 균형 잡힌 식생활이 인간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건강과 자아실현의 수단이 되고 있다. 이렇듯 현대사회에서 음식이란 경제, 사회구조, 정책, 기술, 조리기법, 식습관, 사교, 예술, 환경 등 수많은 요인이 반영된 소산물로써 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상업화된 근대도시에서 비슷한 유형으로 된 외식의 빈번함과 지겨움이 어머니가 해준 과거의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것을 통해 ‘집밥’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와 유사하게 슬로푸드는 자연의 속도를 맞춰서 기르고, 재배하고, 조리하고, 먹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하나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슬로푸드(Slow Food)는 1986년 이탈리아 북쪽의 작은 지방도시 브라(Bra)에서 시민운동가 카를로 페트리니에 의해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현재 160여 개국, 십 만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국가 단위의 사무소는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미국, 프랑스, 일본, 영국, 네덜란드와 한국에 설치되어 있다.
현대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먹을거리보다는 편리성, 경제성, 시간적 요인을 이유로 간편식이나 배달음식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에비해 슬로푸드는 음식의 문화적, 환경적, 사회적 역할을 추구하는 국제적 시민운동이다.
이 운동의 초기 목적은 좋은 음식과 미식적 즐거움, 그리고 느린 삶을 지향하고 지키는데 있었다. 오늘날 슬로푸드운동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위기에 처한 지구의 생존의 문제까지 포함하여 환경 보호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슬로푸드운동은 음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나 자신이 바뀌는 것이 우선되어야 힌다.
국제슬로푸드협회 법령(Slow Food International Association Statute, 2012)에서 정의한 슬로푸드 운동의 이념은 ‘Good, Clean, Fair’이다. 이를 설명하면, ①좋음(Good)은 맛있고 풍미가 있으며, 신선하고 감각을 자극하며 미각을 만족시키는 음식으로 지역의 향토음식까지 포함한다. ②깨끗함(Clean)은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인간뿐만 아니라 생태계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항생제, 농약, 성장촉진 호르몬, 화학비료, 유전자 조작과 같은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만들어진 음식을 의미한다. ③공정함(Fair)은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과 상품화의 과정에서 사회적 정의를 지키는 음식. 생산, 상품화, 소비의 모든 단계에서 공정한 임금과 조건이 갖추어진 공정한 거래로써 생산자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는 식품이나 먹을 거리 등을 의미한다. 슬로푸드는 자연의 시간에 따라 천천히 생산한 것, 즉 인공적이 아닌 자연적인 숙성이나 발효를 거친 것, 전통적인 방식으로 재배한 식재료, 사람의 손맛이 깃든 것 등을 말한다.
이러한 슬로푸드 운동은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미국의 맥도날드가 진출하자 그에 반감을 품은 이탈리아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반대 운동을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는 속도와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의 패스트푸드 풍토와 다르게 삶의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재배부터 조리까지 시간이 걸리는 전통음식을 맛보고 생활을 즐기면서 사람답게 살자는 취지를 포함한다.
슬로푸드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현재 180여 개국 십만여 명 이상의 회원을 두고 있다. 슬로푸드는 좋음(Good), 깨끗함(Clean), 공정함(Fair)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경작법과 가공법을 보전하며 음식과 먹는 습관을 포함한 포괄적 개념이다. 슬로푸드는 전통적인 식재료를 지키며 가축과 야생 동물의 생물 종 다양성을 보전하고 전통음식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의 음식 시민운동이다. 따라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바른 먹을거리와 전통 조리법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슬로푸드 운동의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유사한 시민운동으로 로컬푸드(Local food)운동이 있다.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고 푸드마일리지가 짧은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식재료 및 이를 이용한 식품을 일컫는다. 이렇듯 로컬푸드가 지역특산품과 지역에서 생산되어 지역에서 소비되는 식품까지 그리고 친환경 식품은 친환경적인 식재료나 식품 등만을 의미한다. 반면에, 슬로푸드는 식재료를 재배하는 방식부터 식품을 조리해서 즐기며 먹는 방식뿐만 아니라 먹거리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 속에서 서로 소통하는 광의적인 의미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가짐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넓은 범위를 포함한다.
'건강하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치의 일본전파로 알아보는 음식문화의 지역성 (1) | 2023.08.02 |
---|---|
비염에 좋은 작두콩(Canavalia gladiata)의 기원과 효능, 효과 (1) | 2023.08.01 |
비만과 당뇨병이 간암, 췌장암, 담낭암에 미치는 영향 (0) | 2023.08.01 |
여성 유방암 진단 후 생존율과 온코퍼틸리티(oncofertility) (0) | 2023.08.01 |
약선음식의 뜻과 한국과 중국의 약선음식과 식치의 역사 (0) | 2023.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