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선의 개념
2) 중국 약선의 역사
3) 우리나라 약선의 역사
1) 약선의 개념
약선(藥膳)이란 한의학의 기미론(氣味論)과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을 바탕으로 약식동원(醫食同原)의 이념에서 식품이 갖는 영양학적 기능과 한의학에서의 본초학적 해석을 조화시킴으로써 질병을 예방,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섭취하는 모든 음식을 말한다.
다시 말해 ‘약선’이란 ‘몸에 약이 되는 음식’으로 식치(食治)의 개념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의식동원’ 또는 ‘약식동원’이라고 하여 의약과 식품을 하나로 보았다. 우리나라의 ‘식의(食醫)제도’는 병이 발생하기 전 올바른 음식섭취로 병을 예방하고, 병이 발생한 후에도 식의의 방법으로 그 증상을 살펴 음식으로 치료하며 그래도 낫지 않을 때 약을 쓴다고 하여 약선으로 다스리는 것을 가장 기본으로 하였다. 질병 치료 이후에도 섭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2) 중국 약선의 역사
약선은 인류가 살아오면서 늘 함께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선이란 말이 최초로 문헌에 나타난 것은 『후한서(後漢書)』에 기록된 『열녀전(烈女傳)』(947-950)으로써 “어머니의 병세가 점점 깊어가므로 이를 위하여 약선을 준비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예로부터 인류는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영원히 늙지 않고 오래도록 사는 것이 염원이었으며, 수많은 국가 지도자들은 불로초와 같은 불생불멸 할 수 있는 식재료를 찾고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황제나 왕이 먹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의 직위와 생명과도 직결된 것으로 오랜 세대를 거쳐 쌓인 경험치와 여러 임상결과를 통해 검증된 음식만을 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고대 음식을 연구하고 개발한 것이 오늘날 약선의 시초가 되었다 할 수 있다.
약선에 관한 기록은 시대별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중국 서주시대(西周時代, 기원전 11~7C)에는 황실에 식의(食醫)를 두었는데 이를 통해 질병 예방을 위하여 음식을 통한 보건과 영양을 중시하였음을 알 수 있고, 은나라때 이윤이 쓴 『타액경(唾液經)』에는 여러 가지 조리법과 탕으로 질병을 치료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진나라 때 황보밀(皇甫謐)이 쓴 『갑을경(甲乙經)』에는 신농본초(神農本草)를 이용하여 탕액을 제조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 이래, 한대(漢代) 초기에 집필된 『황제내경(皇帝內徑)』이 나오면서 동양의학의 이론체계와 약선 이론체계도 확립되었다. 『황제내경(皇帝內徑)』은 인간의 생리, 병리를 자연과의 합일(合一)이라는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는 의학이론서로 약선에 관한 내용도 다량 기록되어 있는데, 음식의 종류를 기미의 강약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하고 맛에 근거해서 5가지로 분류하는 체계는 이미 오장육부의 원리와 결합되면서, 음식과 약의 종류와 특성이 인체생리병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원리적인 설명을 가능하게 했다.
당대(唐代)에 이르면 손사막(孫思邈)의 『천금익방(千金翼方)』이 편찬되는데, 마땅히 병의 원인을 먼저 살펴서 음식으로 고치되 그렇지 않을 경우에만 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식치(食治)라고 정의하고 식치(食治)라는 약선 전문 편이 실려 있어 음식의 성미, 효능, 치료 등을 기록하였다. 송나라때에는 보다 더 식치(食治)가 보편화되어 『태평성혜방(太平聖惠方)』과 『성제총록(聖濟總錄)』에는 각각 28개와 30개의 약선이 기재되어 있다.
- 또한 노인 양생을 다룬 의학서인 『양로봉친서(養老奉親書)』에는 162개의 약선 방제가 수록되어 있다. 노인들의 식료방면 전문서적으로, 노년의 건강과 노인병 병기를 수록하고 있으며 예방의학이 중시되었다. 금나라 때 이동원(李東垣)은 “사람은 음식물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관점에 근거하여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이러한 이론의 바탕 위에서 편찬한 『비위론(脾胃論)』에는 음식, 약선, 영양을 강조하였다.
원나라 문종의 요리를 담당하던 음선태감으로 있던 홀사혜(忽思慧)가 지은 『음선정요(飮膳正要)』는 현존하는 중국 최초의 영양학 전문서적으로 옛날 사람들은 질병이 걸렸을 때 어떤 음식을 섭취하면서 치료를 도왔으며, 어떤 질병에 어떤 재료를 많이 사용하였는지, 또한 그러한 재료들이 어떤 성미와 귀경을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식치방(食治方)을 구성하였는지에 대해 수록되어있다.
명나라 때 이시진(李時珍)이 펴낸 『본초강목』은 이전까지의 모든 본초연구를 종합한 것뿐만 아니라 음식의 효능, 치료 등 까지 기록되어 있어 약물과 음식을 총정리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명나라 이천(李梴)의 저서인 『의학입문(醫學入門)』에서는 「식치문(食治門)」을 별도로 두어 채부(菜部), 미곡(米穀部), 과부(果部), 금부(禽部), 수부(獸部), 충어부(蟲魚部)로 음식을 세분하였고, 「식치방(食治方)」에서는 창이자죽(蒼耳子粥), 대두주(大豆酒), 총죽(葱粥)같은 약선치료처방 127종을 각각이 지닌 효능별로 분류하고 수록하여 음식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3) 우리나라 약선의 역사
우리나라 최초의 약선음식 기록은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고기(古記)」에서 찾을 수 있다. 환웅 천왕이 곰과 호랑이를 인신(人身)으로 화하기 위해 마늘과 쑥을 사용하였는데, 이것을 약선식료학의 시초로 보고 있다. 삼국지(三國志)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은 고대 부족 국가의 풍습을 기록하였는데, 오곡을 재배하고 육축(六畜)을 길렀으며, 논농사로 벼와 곡식 등을 수확하였고, 과일로는 잣과 밤 등이 풍부하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삼국 성립 이전부터 계절에 따라 음식을 마련하는 절식(節食)문화는 모두 약선음식에 해당된다.
삼국시대에는 중국으로부터 『신농본초경』, 『황제내경』등의 수많은 의서와 약서가 수입되어, 약선식료학의 근간 이론 인식이 형성된다. 의학이나 약선에 관한 사료들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및 중국이나 일본의 기록에 의존해서 살펴볼 수 있으며 당시 고구려, 백제에서 산출된 많은 약재의 왕래로써 본초에 관한 지식 교류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도홍경의 『본초경집주』, 『신수본초』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한 산지로 지목된 약재들로 인삼, 세신, 오미자, 곤포, 무이, 관동화 등을 기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약선 재료로 빈용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는 당(唐)나라의 학문이 많은 유학생들을 통해 유입되었던 시기로, 『천금방(天金方』, 『식료본초(食療本草)』,『식의심감(食醫心鑑)』등의 식의서(食醫書)가 들어왔다.
고려시대에는 중국 송(宋)으로부터 『태평성혜방(太平聖惠方)』이 수입되었으며, 한국산 약재를 가지고 한국인의 질병을 치료한다는 이념인 국산 약재 향약(鄕藥)이 발달하였다. 향약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처방을 묶어 놓은 『향약 구급방(鄕藥救急方)』이 대표적인 저서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향약연구의 집대성이 시작되었으며 식품서, 조리서가 발간되었다. 『향약채취월령』은 식재와 재료 채취시기, 지역을 기록하였고, 세종은 자주적 의토성을 강조하여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을 편찬했다.
- 1445년 조선시대 세종의 명으로 집현전 학자들이 편찬한 동양 최대 의학 사전인 『의방유취(醫方類聚)』에서 식치(食治)편은 의학뿐만 아니라 조선 초기의 음식 치료법과 조리법을 다룬 매우 중대한 자료이다. 식치편이 별개의 본편으로 구성된 것을 통해 예방의학이 중시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식치로서 섭양(攝養)을 잘하면 굳이 복약(服藥)할 필요가 없다.’, ‘질병 치료시에도 먼저 식이치료를 행한 후 약을 사용하라’는 기록을 통해서 음식으로 건강을 다스리는 것을 중시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부인문(婦人門)의 경우 임신과 산후에 많은 식치방이 소개되어 있고, 노인과 소아문(小兒門) 대부분이 식치를 언급하고 있다. 식치편은 크게 음식물의 가공법과 제형으로 나누어 기술된다. 식치방의 음식물 가공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삶거나(煮) 달이는(煎) 방법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질환에서 죽(粥)과 국(羹)의 제형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1460년, 세조의 명으로 어의(御醫) 전순의가 저술한 『식료찬요(食療纂要)』는 식이요법서로, 마흔 다섯 종류의 병환을 증상에 따라 ‘식치(食治)’의 개념에 입각해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통하여 치료하는 방법을 담았다. 식료찬요의 서문(序文)에서 “古人立方先用食療食療不癒然後藥治.”라 하여 ‘옛사람이 처방을 정할 때에는 먼저 음식(飮食)으로 다스리고, 음식으로 낫지 않은 뒤에야 약(藥)으로 다스린다’고 하였고, 이는 약식동원(藥食同原)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조선 중기(1613)에 간행된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은 동양 최고의 의학백과 사전으로, 인간중심의 양생사상에 기반한 예방의학을 보여준다. 동의보감에서는 약(藥), 이(餌), 침(鍼), 구(灸)의 4가지 방법을 활용하여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양생하였으며, 餌는 藥餌를 말한다. 藥餌는 전문인의 진단, 처방을 통한 허증(虛症) 개선을 기본으로 하며, 그 처방은 군신좌사(君臣佐使) 이론을 따라야 한다.
- 또한 “人之疾病皆生於不善調攝修養爲先藥石次之” 라 하여 “사람의 질병은 모두가 조리와 섭생을 잘못해서 생긴 것이니 먼저 수양에 힘쓰고 약이나 치료는 그 다음으로 여긴다”고 하였다.
- 또한『의학입문』에 수록되어 있는 식치방의 내용을 전편에 걸쳐 고루 인용하였고 본초에 대해 소개한 「탕액편(湯液篇)」에서는 치료 전문 약재가 많은 초목류, 광물류에 앞서 물의 종류[水部], 미곡(米穀) 등 음식류에 속하는 본초의 설명을 맨 앞에 싣고 있어 음식과 치료전문약재 중에서 음식치료에 보다 중요성을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목초비방(木草祕方)편에는 풀, 열매, 과일 등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법과 풀뿌리, 나뭇잎 등의 한약재와 식품을 복용하고 이용하는 법 등이 기록되어 있다.
조선 말(1855년) 명의(名醫) 황도연이 저술한 『부방편람(附方便覽)』과 고종 22년에 간행된 『방약합편(方藥合編)』은 약재와 식품으로 질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주어 당시에도 애용된 문헌이었으며, 현대까지 출판되어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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