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9일 대통령실과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연금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 속도를 연령대별로 차등화시키는게 골자인데, 우선 연금 수급 시기가 가까운 50대에 한해 단번에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나머지 20~40대는 50대에 다다를 때까지 장기간에 걸쳐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나이 든 세대일수록 보험료율을 더 빨리 올리는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연금을 내는 이가 줄어 기금이 고갈될 상황이 오면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같은 모수를 자동 조정하는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출산·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등이 현재 알려진 개혁안의 핵심이다. 대통령실은 이를 통해 기금 고갈 시점을 현행 예상 시점인 2055년보다 30~40년 이상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50대는 단계적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59세까지라 단계적 납입기간이 짧고, 무엇보다 젊은 세대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 때문이다.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보험료율 13%로 최종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현행 일괄 9% 적용에서 50대는 즉각 13%로 올리고, 40대는 5년, 30대는 10년, 20대는 20년에 걸쳐 4%포인트를 각각 인상하는 식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50대는 당장 보험료율을 올려 적용하고, 20대부터 35세까지는 향후 20년간 매년 0.2%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리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나머지 30대는 10년(매년 0.4%포인트), 40대는 5년(매년 0.8%포인트) 동안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라며 “비유하자면 50대는 인상된 보험료를 일시불로 내는 대신, 젊은 세대는 장기간에 걸쳐 할부를 해주는 식으로, 인상된 보험료율에 도달하는 시점을 늦춰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0대의 경우 연금 지급액을 받는 65세까지 몇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료가 올랐다고 해도 반발보단 연금 지급액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클 것”이라며 “그에 반해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의 경우 연금 고갈로 인해 연금 지급액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데 30~40년 동안 인상된 보험료를 내라고 하니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인상 속도를 단계적으로 느리게 적용해주면 젊은 세대의 수용성이 그나마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개혁안은 여태까지의 연금 논의를 고려하면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춘 모수개혁안으로 볼 수 있다. 모수개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연금 수급 연령 등 재정 변수들을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연금개혁이다. 구조개혁은 모수개혁에 더해 기초연금 등 각종 특수직역 연금과 연계해 노후소득 보장을 고려하면서 연금 제도의 틀을 새롭게 짜는 것이다.
지난 2년간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어느 정도 개혁 방향이 모아진 상황을 건너뛰고 정부가 새로운 안을 내놓는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대별 차등 보험료율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에서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는 이야기” 라며 “기존 논의를 건너뛰고 비현실적인 기금 소진 시점 연장(30년)을 제시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발표될 정부안이 구체적인 수치와 구조개혁 방향까지 함께 제시하지 않을 경우에는 재정 안정 대 노후소득 보장 구도로 벌어진 지난 2년간의 논쟁만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들을 다 건너뛰고 큰 방향을 제시해봤자 논의의 공이 국회로 다시 넘어오면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이 법적 퇴직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8월 20일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법적 퇴직 연령 간 차이를 줄여 소득 공백에 따른 노인 빈곤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지난해 62세에서 63세로 늦춰졌고 2028년에는 64세, 2033년에는 65세로 올라간다. 이 개정안 부칙에는 법 시행일로부터 정년을 2027년까지는 63세로, 2028년부터 2032년까지는 64세로, 2023년부터는 65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계획이 명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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