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은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단어 ‘fanatic’에 세력을 뜻하는 접미사 ‘dom’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로 어떤 대상에게 몰두한다는 뜻과 함께 사회병리적 현상을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관료사회(officialdom)’가 단순히 관료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관료 특유의 규범이나 행동양식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것처럼, 팬덤도 팬, 집단적 팬들, 팬 문화 현상과 관련 된 규범, 관습, 제도 따위를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팬 사회를 지칭한다.
팬덤은 스타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모인 문화집단으로 일반적인 대중과 달리 스스로 스타와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을 팬이라고 할 수 있다. 팬을 자신의 선호를 표현하는 생산적이고 조직적인 팬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행위자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문화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팬덤 활동이 지배문화의 관행을 변화시키고, 문화자본 생산에 영향을 주며, 기존 지배문화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팬덤이 지배문화에 대한 저항의 방식이자 조직의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현상이다.
팬덤은 다른 팬덤과의 구분을 위해 독특한 화장이나 꾸밈을 하기도 하고, 팬덤의 상징색과 응원 구호 등 특유의 문화가 있다. 또한 팬들은 문화산업의 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새로운 대중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팬덤이 세 가지 문화적 생산성을 가지는데 이를 기호학적 생산성, 언술적 생산성, 텍스트적 생산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호학적 생산성은 팬들이 스타의 노래나 춤에 담긴 어떤 기호에서 사회적 정체성과 체험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언술적 생산성은 스타에 관한 정보를 다른 팬들에게 제공하는 행위이다. 텍스트적 생산성은 팬들이 기존 텍스트를 변형시키거나 새로운 텍스트를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각각의 팬덤은 스타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공유하며 정보를 소유하지 않은 다른 사람과 구분하기도 하고, 정보뿐 아니라 스타의 음반이나 굿즈, 서적 등도 수집하여 문화자본을 축적하기도 한다.
현재의 팬덤을 사회적 시각으로 보면 과거처럼 수동적이고,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 조직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문화 운동에도 참여하는 적극성을 띠고 있다. 팬덤 문화는 대량 문화 자본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연령과 발달단계를 넘어서고 있고, 예전과 비교해 그 조직이 매우 확장되어 산업과 기획의 관점에서도 분석이 요구되고 있다.
팬덤 현상에 대해 심리학적 시각에서 살펴보면 팬덤은 기본적으로 ‘심리적 상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가요를 들으며 기분 전환을 하기도 하는데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감정을 체험하게 된다. 대중문화의 경우 우리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서 얻으려는 것은 결국 이런 ‘심리적 상태’로 볼 수 있다. 대중이 원하는 감정을 어떻게 유도하고, 유지하게 하는가가 대중문화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여성학적 관점에서 팬덤은 사회적 권력을 갖지 못한 여성들이 스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스타는 명예와 부를 가진 사람이지만 스타가 되기 전에는 자신들과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에 대중은 만족을 느끼게 된다. 이 같은 스타의 성공 신화는 열악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더 와닿는다고 한다. 현대 여성은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적 참여 욕구가 증가한 데 반해 아직도 공식적 입지를 갖는 기회가 적어 대중문화 스타에 열광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시각으로는 여성은 감성적인 욕구가 성적인 욕구보다 선행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낭만적인 신화가 연애 드라마나 영화에 몰입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팬’이라는 단어가 한국에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초 미국의 대중문화가 유입되고, 대중 매체가 발달하며 연예인에 열광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마땅히 없던 상황에서 영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팬덤 문화 시초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한다. 1980년 조용필의 움직임을 따라 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음악을 소비하는 팬덤 문화가 형성된 것을 한국 팬덤 문화의 시초로 보기도 하고, 이전 세대의 남진, 나훈아 팬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문화사회학자 김성민은 한국 대중음악이 1980년대 MTV가 열었던 '보는 음악' 기반 위에서 일본 아이돌과 미국 아이돌의 특징을 흡수해 ‘보는 음악과 아이돌의 시대'를 열었다며, 소방차와 김완선을 예로 들었다.
다양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스타에 대한 소극적인 팬심이 아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문화집단으로서 팬덤의 시작은 ‘서태지와 아이들’ 부터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1990년대부터는 연예기획사가 제작한 아이돌 그룹의 팬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 H.O.T.와 젝스키스, 핑클, SES 등 대규모 팬덤을 몰고 다니는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 동방신기는 2000년대 중반 인터넷의 발달을 기반으로 한국과 일본, 아시아에서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동방신기의 팬클럽 ‘카시오페아’는 기네스에 오를 정도의 팬덤 규모를 자랑했다.
EXO와 트와이스, 방탄소년단을 3세대 아이돌 그룹으로 구분했고, 3세대 아이돌 그룹의 팬덤은 동아시아, 북미, 남미 등에서 전 세계에서 인기를 확보하는 다국적 형태로 발전했다. 이들의 성장 배경으로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데뷔전 사전 마케팅, 국내외 동시 성장 전략, 스토리텔링 전략 사용이 있다. 3세대 아이돌 그룹 팬덤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고 폭발력이 큰 팬덤으로 방탄소년단(BTS)의 팬덤 ‘아미’를 들 수 있다. 그룹 BTS가 K팝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는데 팬덤 ‘아미’ 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야의 대중문화가 위축된 상황에서 한국에는 새로운 거대 팬덤이 등장했는데 40~60대 중년여성 팬들이 주축을 이루는 트로트 팬덤이다. 과거엔 10~20세대가 팬덤의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오디션프로그램 스타의 등장에 이어 트로트 열풍이 더해지면서 중장년층이 팬덤에 가세하여 그 영향력이 발휘되는 범위가 커졌다.
김헌식 문화 평론가는 과거 팬덤 문화가 젊은 층 위주였다면, 지금은 팬덤 문화의 축이 중장년층으로 이동하는 상황이라고 보았다. 중장년층은 경제력과 사회적 기반을 갖추고 있어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한 후원과 지지를 젊은 층보다 더 강력하게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트랜드모니터의 2021년 팬덤 활동 관련 인식조사(전국 만 16~64 세 남녀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좋아하는 스타가 있냐는 질문에 10~30대의 60% 이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50대에서도 61%, 60대도 57.4% 가 좋아하는 스타가 있다고 답해 팬덤의 연령대가 중장년층으로까지 확장 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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