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의 1차 심사를 앞두고, AI 개발의 독립성 기준을 둘러싼 기술 논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네이버의 AI 모델이 중국 알리바바의 기술을 일부 활용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자체 개발 AI’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논쟁의 핵심은 이른바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개발 기준이다. 프롬 스크래치는 기존 공개 모델을 가져와 개량하는 방식이 아니라,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아키텍처 설계, 학습까지 전 과정을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개발 방식을 뜻한다.

깃허브 보고서가 촉발한 논란
논란의 불씨는 최근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에 공개된 ‘국가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롬 스크래치 검증 프로젝트’ 보고서였다. 해당 보고서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여 중인 5개 기업(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NC AI)의 모델을 분석한 결과,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에 적용된 일부 기술이 알리바바의 ‘큐웬(Qwen)’ 모델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모델의 비전 인코더 가중치는 큐웬 2.5 비전 인코더와 **코사인 유사도 99.51%**를 보였다. 비전 인코더는 이미지 등 시각 정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신호로 변환하는 핵심 구성 요소로, 가중치는 모델이 학습을 통해 축적한 지능을 수치화한 값이다. 업계에서는 코사인 유사도가 99%를 넘는 경우 사실상 동일한 학습 결과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네이버 “핵심 엔진은 100% 자체 개발”
네이버는 이번 논란에 대해 기술력 부족이 아닌 전략적 기술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핵심 AI 엔진은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자체 개발했으며, 비전 인코더는 글로벌 호환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검증된 외부 기술을 채택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사고와 정체성을 담당하는 두뇌는 100% 자체 기술”이라며 “비전 인코더는 시각 정보를 전달하는 시신경 역할로, 글로벌 표준에 맞춘 최적화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한 알리바바의 큐웬 모델 역시 오픈AI나 구글의 기술을 일부 활용해 구축된 점을 언급하며, 글로벌 AI 업계에서는 고성능 모듈을 조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멀티모달 AI에서 인코더는 핵심”
다만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특히 텍스트·이미지·음성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 AI에서 인코더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멀티모달 AI에서 인코더는 단순한 주변 장치가 아니라 입력 데이터의 품질과 해석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며 “이미 학습된 외부 모델의 가중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기술적 자율성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업스테이지는 자사 AI 모델 ‘솔라(Solar)’에 대한 유사성 의혹이 제기되자, 데이터 수집부터 아키텍처 설계까지 전 과정을 공개하며 프롬 스크래치 개발을 입증한 바 있다.
기준 없는 ‘독자 AI’, 정부 책임론도 제기
이번 논란은 독자 개발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사업 공고 당시 오픈소스 활용 범위나 외부 모듈 차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참여 기업마다 해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15일까지 참여 기업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1개 팀을 탈락시킬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투명하고 건전한 기술 논쟁이 활성화될수록 한국 AI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전문기관과 전문가 평가를 통해 기술적 독립성을 면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독자 AI를 둘러싼 이번 논쟁은 단순한 기업 간 공방을 넘어, 국가 AI 전략에서 ‘자체 개발’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반응형
'오늘의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파리바게뜨 논란의 19금 빵 ‘베리 쫀득볼’ 공정 변경 (0) | 2026.01.22 |
|---|---|
| 비만치료제 확산에 항공업계 8500억 아낀다. (1) | 2026.01.19 |
| 시험지를 훔쳐 만든 ‘전교 1등’, 안동 고교 시험지 유출 사건이 남긴 것 (0) | 2026.01.16 |
| “사망 26명 산불, 그런데 집행유예?” 경북 산불 판결이 남긴 깊은 허탈감 (0) | 2026.01.16 |
| 서울시, 자동차세 연세액 신고납부 1월 16일부터…최대 5% 세액공제 (0) | 2026.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