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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글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해석

by howto88 2025.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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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이라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잇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만큼 적으냐……

 

=============================================================================

🏛️ 작품 개요

  • 제목: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시인: 김수영 (1921~1968)
  • 주제: 사회 부조리와 억압 속에서 진정한 저항정신을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의 비겁함을 성찰하고 비판함

💡 내용 요약

이 시에서 시인은 ‘고궁(옛 왕궁)’을 나오면서 문득 생각에 잠깁니다.
자신이 작은 일에는 화를 내면서도,
정작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 — 예를 들어 언론의 자유, 전쟁 반대, 불의한 권력에 대한 저항 — 에는 나서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내용별 해설

1.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시인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 “갈비가 기름덩이라 화내고, 식당주인에게 욕하면서도
    정작 사회의 부당한 일에는 침묵하는 나는 왜 이럴까?”
  • 즉, 자신의 분노가 사소한 데에만 머물고 있음을 부끄러워합니다.

핵심: 현실의 불의에는 침묵하면서 사소한 일에는 화내는 ‘작은 인간’의 모습.


2.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지 못하고…”

  • 당시 시대 상황은 독재 정권 아래의 언론 탄압과 사회 억압이 심했던 때예요.
  • 시인은 양심 있는 지식인으로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자신의 비겁함을 고백합니다.

핵심: 사회 정의를 위해 나서지 못하는 지식인의 자기반성.


3.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 ‘옹졸하다’는 건 속이 좁고, 사소한 것에만 신경 쓰는 태도예요.
  • 시인은 “이런 비겁함과 옹졸함이 나의 전통처럼 굳어져 있다”고 말하며
    그 뿌리가 깊은 습관임을 자조적으로 드러냅니다.

4.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 과거 전쟁 중 부산 포로수용소에서 잡일을 하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 당시 그는 남자답지 못하다고 놀림받았죠.
  • 지금 자신이 하는 ‘저항’도 그때처럼 미약하고 무기력한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핵심: 시인은 스스로의 ‘저항조차도 작고 보잘것없다’고 자책함.


5. “나는 절정 위에 서 있지 않고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 ‘절정 위에 선다’는 건 진정한 행동과 실천의 자리에 선다는 뜻입니다.
  • 하지만 시인은 자신이 늘 비켜서서 구경꾼처럼 살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 그리고 그것이 비겁함이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핵심: 행동하지 않는 양심, 그 비겁함에 대한 뼈아픈 자각.


6. “이발쟁이에게 / 야경꾼에게 / 일 원 때문에 화낸다”

  • 시인은 다시 사소한 분노로 돌아온 자신을 봅니다.
  • 사회의 큰 불의에는 침묵하면서,
    작은 생활 불편에는 화를 내는 자신을 부끄러워합니다.

7. 마지막 구절: “모래야 바람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 시인은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하고 작은가를 묻습니다.
  • 하지만 그 물음 속에는 진짜로 변화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이 담겨 있어요.

핵심: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진정한 저항의 인간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바람.


🌏 시대적 배경

  • 1950~60년대 한국 사회:
    독재정권의 통제, 언론 탄압, 사회 불의가 심했습니다.
  • 시인 김수영은 이 현실 속에서 시민의 자유와 지식인의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 그러나 그는 현실 속에서 **‘행동하지 못한 자신’**을 뼈아프게 돌아본 것이죠.

🧭 주제 

자기 성찰과 비겁함의 고백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저항의 의미를 성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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